취업이란 무엇이며, 스펙이란 무엇인가?
예전 내 책상. 거실 한복판에 있었다. 그냥 짤림방지
후배의 연락
오늘 예전에 알고 지내던 한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서류에서 다 떨어졌다고. 자기는 면접 볼 자격도 없는 사람인가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주변에 취업준비하는 지인들이 하나같이 위에서 언급한 회의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나는 취업 준비 활동을 자존감 깎아먹기 라고 부른다.
어쩌면 수능보다 취업이 더 불투명할지도 모른다.
입학 정원과 채용 인원(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이 정해져있고, 그 커트라인안에 들어가면 합격하는 매커니즘은 동일하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주어지는 지가 다르다.
수능은 등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국의 수험생 중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 지 알려주지만 취업은 딱 합격 불합격만 통지해준다.
내가 어느 부분이 부족해서 떨어졌는 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경우는 없다.
(물론 최종면접에서 피드백 받는 경우는 왕왕 있다.)
그래서 망연히 계속해서 스펙을 쌓아야한다고 염불을 외며 이것저것하려 애쓴다.
그래서 스펙이란 무엇인가?
스펙은 다양하다.
외부 활동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기주도적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고, 봉사활동, 영어점수 등등…
종류도 방법도 많다.
문제는 어디까지 해놓아야하는지 정해져있지않으니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채로 닥치는 대로 하게 된다.
그리고 매우 높은 확률로 취업 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정량적으로 정리된 커트라인안에서 정성적인 것들로 승부를 보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뭐 딱 맞는 비유는 아니겠지만 야구선수가 던진 야구공과 투포환 선수가 던진 포환을 기준으로 메달을 3명에게 줄 텐데
멀리 던지 거리인지, 무게와 거리간의 상관 관계인지, 아니면 던진 자세인지 아니면 전부인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각 항목에 몇 점씩 점수를 주고 집계 방식은 어떠한지..
완전 블랙매직 이거 완전 딥러닝아니냐 그 자체라서 불안감이 싹틀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신입에게 바라는 것이 명확할까?
당연히 정답은 없다.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면접관은 알지도 모른다
최근 우리 회사는 공채를 진행하고 있는데, 팀 분들하고 점심회식을 나가다가 Git 관련 이야기가 나왔다.
이야기 주제는 신입은 Git을 다룰 줄 알아야 하는가 아닌가? 였다.
나는 학교에서 공부한 것보다 외부에서 배운 시간이 더 길었기에 협업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내가 겪은 친구들은 대학생 (심지어 고등학생이더라도)이었음에도 전부 다를 줄 알았다.
때문에 당연히 개발자를 지향하는 신입 지원자라면 Git을 경험해봤을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0여년 개발을 하신 분들은 지원자들의 전공이 전산계열이 아닐 수도 있고, 꼭 경험해봤으리란 보장이 없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나의 두 가지 의문이 싹텄다.
첫 번째, 일반적인 직군 지원이 아닌 공개채용이면 모를까 개발자 직군인데 Git을 모를까?
아닌데, 내 모교에서도 Git을 쓰는 수업이 생겼는데…
내가 이걸 너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두 번째, 현재의 취업시장과 과거의 취업시장이 다르기에 나오는 차이일까?
전수조사를 통한 파악은 당연히 아니고 내 주변(그래도 기백명 단위는 된다)을 살펴보아도 요즘 취업시장은 정말 박터진다.
똑똑한 친구들은 점점 늘어나지만, 자리는 한정되어있으니… N년에 실패한 친구들이 N+1년에 재도전하면서 인원은 점점 늘어난다.
수요는 정해져있으나 공급은 늘어나니 당연히 상향 평준화가 될 것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동일한 인건비로 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자기어필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것이 내가 아직도 후배들을 가이드하는 이유이다. 내가 걸어간 길을 똑같이 걷는다면 길은 내줬으니 한 번 더 밟으면서 다져두라고, 그리고 그 다음에 걸을 후배는 더 잘 닦여진 길에서 더욱 경쾌하게 걷게하라고.)
여기에 대한 반론으로는 어차피 신입에게 기대하는 것은 없으니 잠재력을 보고 뽑는다 가 있다.
그렇다면 또 묻고싶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잠재력을 계량화 혹은 정량적으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래서 결론이 뭐냐?
물론 난 우주의 먼지 준원이형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주의 조빱 이기 때문에 현재 시장과 사회를 관통하는 인사이트따윈 없다.
다만, 내가 겪은 경험에 의거하여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라는 간접적 의사결정만을 해줄 수 있다.
후배의 취업관련 하소연을 트리거로 최근 있었던 견해의 차이가 뭉뜨그려 머릿속을 빙빙돈다.
도대체 무엇이 정답일까?
바쁘면 잡생각이 없어진다! 라는 진리를 믿고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해야할까?
태어남과 동시에 사회적 약속으로 정해진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친듯이 기술스택을 쌓고 알고리즘을 풀어야할까?
아니면 기업들이 외치는 창의적 인재와 열정을 겸비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량을 가지기위해 나의 잠재력을 계량화시키는 논문을 써야하는 걸까?
결론이 뭘까?
나도 모르겠다.
마치며
이런 저런 생각들이 뒤섞인 채로 오늘 퇴근 전에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취업시장에 뛰어든 친구들에게 힘내라는 말은 커녕 냉혹하다면 냉혹한 말.
동이 트기 전이 제일 어둡다는 말이 있다.
문제는 지금이 가장 어두운 것인지 아무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인생이 어둑해보인다면 지금이 가장 어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