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S전자에 입사하면 정말 커리어가 망할까?

이 글은 S전자 저격글이 아닙니다

정말 제조업은 SW 개발자의 무덤인가?

IT업계에서 종사하다보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들이 있다.

네카라쿠배니 토양어선이니 하는 말들.

서열화에는 찬성하지 못하는 입장이기에 이러한 단어나 은어에 대해 동의하진 않지만, 이러한 말들 중 가장 생각이 바뀐 말이 아래의 글이다.

“S전자에 입사하면 정말 커리어가 망하나요?”

과연 망할까?

20대 중반의 나는?

나도 S전자에 입사하면 커리어가 망한다고 생각했다.

딱히 이유는 없다.

주변에서 다들 그랬으니까.

더 웃긴 건, 나도 S전자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멤버십 출신이라는 것이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 이런 건 없고, 그냥 S전자 취업에 강한 이점이 있었으니까.

커리어는 부차적인 문제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대기업 취업 자체가 메리트가 있던 시절이었으니까.

물론 S전자에 가지않았다. 아니 못 갔다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 이 생각은 20대 중후반까지 유효했다.

그 생각은 20대 후반에 지금 재직하는 N사에 와서 맡은 업무로 뒤집혔다.

보안?? 인증??

지금 나는 N사에서 보안 및 인증 기술 관련된 프로덕트들을 개발하고 유지보수하고 있다.

밖에서 서버니 ML이니 창업이니 하던 짓에서 벗어나 취미로 하던 Android 직군으로 다니고 있다는 게 또 인생의 아이러니.

아무튼 맡은 프로덕트들의 서빙 타겟은 Android Platform이다.

하지만 보안과 인증 기술은 출시 대상이 아닌, 사내 혹은 서드파티 서비스에게 탑재되는 대상이기 때문에

나는 일반적인 앱 개발과 백만광년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뭐 물론 나의 조직장님은 적지만 화면도 있고, Android api 사용하고, 통신하면 앱이랑 똑같은 거 아니야? 라고 하시긴 했다ㅋㅋ

왜 거리가 있는가?

보수적인 프레임워크가 득세하는 Back-End와 다르게, Front-End를 비롯한 클라이언트 사이드는 각종 트렌드가 수시로 바뀌고 있다.

난이도의 차이라기보단 이미 검증되면 바꾸기 쉽지않은 Back-End와는 다른 특징이랄까?

아무튼 Android에도 어느정도 메타가 존재한다.

Http api 통신은 retrofit으로 하고, 클린 아키텍쳐 적용하고, kotlin으로 짜고, java는 전환하고, Androidx의 jetpack들을 차용하고…

난 이런 거 하나도 못 쓴다

내가 개발한 프로덕트들의 의존성이 외부 서비스에서 어떤 충돌을 일으킬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부 만들어 쓴다.

혹자는 나에게 산업혁명 전에 태어난 공돌이같다고 드립쳤지만, 나는 프로메테우스를 만나지 못한 네안데르탈인이라고 응수했다

힘들고 버그 투성이라서 요즘엔 조금 생각이 바뀌고 있긴 하지만, 이를 통해 Software의 범주가 어마어마하게 넓다는 것은 처절하게 몸으로 잘 깨달았다.

결론. 플랫폼에는 Application Layer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결론은 뭔데?

단편적인 소속 직장의 정보만으로, 개발자라는 넓은 범위의 직군의 커리어의 흥망을 점치기엔 위에서 언급했듯 Software의 범주가 너무나도 넓다.

Android는 오픈소스이지만, Android Framework 레벨에서 PDK를 통째로 제대로 개발해볼 수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는 곳은 국내에 많지 않다.

대부분 Android 개발자들은 Application Layer를 개발하기 때문에, 앱개발자와 동치로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모든 직군이 그렇겠지만) 현재 채용시장에서 시니어급 앱개발자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시니어급 경력을 가진 개발자가 없다라기 보다는, Application Layer를 개발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명확하고 이를 통해 주니어니 시니어니하는 편차를 나누기 쉽지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개발 도구들은 점점 더 편해질 것이고, 이러한 도구들로 말미암아 개발의 난이도는 점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즉, Application Layer를 개발하려는 앱 개발자들의 진입 시점은 점점 더 빨라질 것이고, 도구와 프레임워크의 발전으로 연차가 쌓인 개발자와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S전자에 다니면 개발 커리어가 망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대부분의 IT서비스 회사가 Application Layer 경험자들만 채용하는 것에 반해 S전자에서는 모든 S직군이 Application Layer 개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의 결론은 커리어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 시장의 수요에 맞는 공급자가 될 수 없는 것 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수요와 공급?

위에서 언급했듯 일반적으로 S전자에 다니면 개발 커리어가 망한다고 하는 이유는, 해당 기업에서 겪을 수 있는 직무를 다른 회사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기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채팅 관련 기능을 개발하던 사람이라면 같은 채팅 서비스를 가진 라인으로 이직해서도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S전자에서 Media framework를 직접 개발하는 사람이 동영상 관련 서비스 업체에간다면, 별도 공부 없이 exo player의 커스텀에 관련된 것 깔짝 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S전자의 수요또한 IT서비스의 공급과 대치된다.

S전자의 무선사업부에서는 Android cdd 문서에 맞추어 스펙을 정의하고 표준에 맞추어 개발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L사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이상 앞으로도 S전자에서만 해당 경험을 얻을 수 있을 확률이 더 높아졌다.

S전자는 구글하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한 제조사이기도 하고, 내부 정보를 가장 빨리 획득할 수 있는 회사이기도 하며, 심지어 Android 진영에서 가장 하이엔드 단말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이기도 한다.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Android Platform을 지향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고 한다면, S전자는 Android Platform에서 가장 고도화된 플래그십 단말을 생산하는 업체인 것이다.

무선사업부 소속 개발자는 부서에 따라 이 최고의 플래그십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30대 중반이 된 너는?

사실 이러한 견해는 나같은 평범한 개발자들에게 적용된다.

어디에서나 아웃라이어는 존재하니까 부럽다

내가 맡은 업무와는 별개로, 이직을 노린다면 해당 업체나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업무와 결부되어 있다면 한 층 더 수월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깎던 뼈를 좀 더 깎는 수 밖에 없다.

그게 싫으면 그냥 다니면 된다.

누가 뭐라했든 S전자는 글로벌 기업이니까. 이 글을 보는 S전자 임직원 분이 있을까? 실례가 안된다면 메로나 하나만 사주십시오.

그냥 본인이 책임지고 리드해야하는 본인의 커리어를 회사탓, 부서탓하며 핑계대는 것은 생산성이 없다.

면접에서 떨어지고, 서류가 탈락하고, 이직을 못하면 또 어떤가, 현재 회사에서는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있는데.

더 높은 내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고, 이를 인정받고 싶어서 이직을 한다면 간단하다.

현재 업무가 당신이 추구하는 커리어에 맞고, 시장이 원하는가?

축하한다. 좀 더 세상을 바꿔주시길 빈다.

현재 업무가 당신이 추구하는 커러이에 맞지않는가? 시장이 원하지 않는가?

애석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개인 시간 더 써서 공부하고, 사이드 프로젝트 병행하는 수 밖에..

면접에 들어가면 본인 도메인만 아는 사람과 개인 시간 써가면서 공부한 사람의 차이는 분명하게 느껴진다.

댓가로 치룬 시간 비용을 보상받길 바란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