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수평 조직의 기울기는 누군가에겐 90도가 된다.

부디 그 곳에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재직중인 회사에 아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화요일 오후 18시쯤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연락이 안된다고, 사고를 당했다는 데 아는 것이 있느냐.

알아보는 사이 사내 경조사게시판에 “본인상”으로 글이 올라왔다.

교통사고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블라인드가 활활 타올랐다.

익명성에 기댄 글에는 신뢰성이 없기때문에 설마.. 하면서 애써 무시했다.

출처 네이버 직원 극단적 선택…노조 “과중한 업무·괴롭힘 겪어”

시간이 지나고 삼일장이 끝나 발인일이 될때까지.

블라인드의 네이버 라운지 뿐만아니라 IT라운지 전체에서 쉬지않고 이 사건을 성토하는 글이 줄을 이었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아니면 수평적인 조직구조?

흔히들 IT 회사의 대표적인 장점로 꼽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

수평적인 조직 문화의 장점이 무엇일까?

직급이 없기때문에 서로가 동등해진다?

회사가 영리집단인 이상 수평적인 문화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누군가는 프로젝트와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을 관리해야하고, 이로 인해 직급은 없더라도 팀장 혹은 리더라는 직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에게 인사권자란 그 권한 자체로 상사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업무는 수직적으로 관계는 수평적으로 가는 추세이긴 한 것 같다.

허나… 인간 관계를 시스템으로 극복할 수 있는가?….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피해자가 있다면 과연 수평적인 조직이 맞는가? 왜 나에겐 기울기가 생기는 것인가?

어쩌면 90도를 기준으로하는 수평 조직으로 느껴질수도 있지않을까?

외양간을 고치지않으면 소를 또 잃어버리게 된다.

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이 생긴 현재 상황에서는 생각만 해봐도 엄두가 나지않는데, 내 가족을 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나 정신에 금이 가있던 걸까.

못을 한 번 박으면 뽑아도 그 자리에 구멍이 남는다던데,

도대체 왜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직장은 내 노동력과 금전적인 이득을 교환하는 계약을 맺은 거래처일 뿐인데, 무슨 권리로 타인에게 가스라이팅을 시전했던 걸까?

부디 고인과 유가족의 슬픔이 최소화되도록 결과가 도출되었으면 좋겠다.

회사는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않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견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치며

사실 쓸 말이 엄청나게 많다.

나로 인해 특정 단체의 대표성이 특정되는 것도 피하기 위해 적을 수 없을 뿐이다.

그래서 참으로 비겁하기 짝이 없는 글이 되었다.

추모의 글 자체도 올릴까말까 고민을 엄청했지만

고인과 같은 회사 동료로서,

고인처럼 아이가 있는 아버지로서,

이 기분을 잊지않기 위해 기록한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그 곳에선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을 지켜주시길..

커피를 좋아하는 나와 다르게 탄산수를 드시던 당신을 추억하며.

2021년 5월 29일 김남훈 드림.